[쏘우 2] 속편의 법칙은 힘이 세다 review





[스크림 2]에서 영화과에 입학한 공포영화광 랜디는 '속편의 법칙'에 대해 "원본보다 시체가 더 많아지고, 더 잔악무도해지며, 더 피가 튀기고, 플롯은 더 꼬인다"며 장광설을 늘어놓은 바 있다. 그러면서 "속편은 전편보다 항상 별 볼일 없다"고 일침을 놓는 것을 잊지 않았다. 공포영화의 대가 웨스 크레이븐과 [스크림] 시리즈로 한때 할리우드 호러 무비 붐을 이끌었던 케빈 윌리엄스가 공인했던 이 속편의 법칙은 [쏘우 2]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관건은 전편을 답습해선 절대 살아남을 수 없는 플롯이 얼마나 독창적인가에 달려있다. 2년 만에 돌아온 [쏘우 2]는 이러한 장르 공식에 대한 흥미로운 한 편의 리포트와 같다.

120만 달러의 제작비로 약 1억 120만 달러를 벌어들였던 [쏘우]는 소재와 표현의 잔인함을 즐기지 않는 관객들에게도 반전만큼은 인정할만하다는 평가를 받았던 슬리퍼 히트작이었다. 의식에서 깨어난 외과의사 고든과 사진사 아담이 눈을 뜬 곳은 지저분한 화장실. 정체 모를 살인자가 그 두 사람의 목숨을 가지고 게임을 건다는 것이 [쏘우]의 초간단 스토리다. 여기에 두 사람이 기억의 퍼즐을 맞추게 되면서 자신의 생명을 귀하게 여기지 않는 사람들을 골라 엽기적인 살인 게임을 즐기는 '직쏘'라는 별명의 살인자가 등장한다. 중요한 것은 그들이 깨어나 직쏘가 설정한 죽음의 시간까지의 한나절이라는 [쏘우]의 물리적 시간이다. 영화가 서스펜스를 만들어내고 관객의 호기심을 자아내는 지점은 살인자의 정체가 무엇인가를 두고 두 사람이 논쟁을 벌이는 플래쉬백의 교차에 있다. 여기에 직쏘를 꾸준히 쫓아온 형사들의 과거 추리극과 현재의 총격신이 덧붙여지고, 범인으로 짐작되는 정체불명의 남자가 아담의 아내와 딸을 위협하면서 미스테리를 더욱 더 미궁속으로 빠뜨리는 구조가 바로 전편의 핵심이었다.

전편의 기본 얼개를 장황하게 설명한 것은 [쏘우 2]가 그만큼 '속편의 법칙'과 차이를 전략적으로 배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편의 주연배우이자 각본가였던 호주 출신 리 와넬은 할리우드가 무수한 속편을 냈던 [13일의 금요일]이나 [할로윈] 시리즈처럼 전편의 구조를 그대로 답습하지 않는다. 게다가 최근 유행하고 있는 [하우스 오브 왁스]나 [텍사스 전기톱 살인마]의 리메이크 버전처럼 규모를 확장하고 시대에 맞게 감각적인 화면으로 때울 생각도 없는 것처럼 보인다.



[쏘우 2]는 한정된 공간에 더 많은 사람을 밀어넣고, 더 많은 시체를 더 잔인하게 죽음으로 몰아넣지만 자신만만하게 살인마 직쏘를 전면에 드러낸다. 직쏘는 형사 에릭에게 아들과 전편의 희생자 중 유일하게 살아남은 아만다를 포함해 그가 사건을 조작해 감방에 집어넣은 8명의 목숨을 담보로 또 한번 게임을 제안한다. 규칙을 잊지 말고 자신과 얘기만 나누면 독가스가 퍼지고 있는 나머지 3시간 동안 아들은 살아 돌아올 수 있다는 것. 직쏘라는 살인마와 제한된 시공간, 그리고 감금이라는 설정이 전편과 연결점을 갖는다면 더 많은 시체가 더 잔혹하게 죽어나가는 것은 속편의 법칙에 충실한 팬들을 위한 서비스의 일환이다.

물론 팬들이 기대하는 것은 과연 반전의 실체가 무엇이냐 하는 점이고 각본을 쓴 리 와넬도 이 점에 무척 신경을 썼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무릇 영화에서의 반전이란 결국은 관객의 눈을 현혹한 후 완벽하게 속이는 편집이고 그렇기 때문에 플롯의 구성이 키포인트인 것이다. 전편이 두 주인공과 형사의 플래쉬백과 현재와의 교차라는 이중삼중의 다소 어수선한 플롯을 취했다면 [쏘우 2]는 8명의 인질과, 직쏘와 에릭의 두 공간만을 다루는 평행 구조를 선보이며 관객과의 정직한 승부를 벌이는 듯도 보인다.



하지만 반전을 답습하지 않고 독창적인 플롯을 짜내기 위해 고심한 듯 보이는 [쏘우 2]는 더 많은 것을 전달하기 위해 살인자의 사연을 담고 새로운 인물을 창조하려 하지만 그저 한편의 '직쏘 퍼즐' 게임의 자리에 머무르고 만다. 편집이라는 영화의 가장 기본적인 속성을 이용해 시공간을 착각하게 만드는 [쏘우 2]의 눈속임은 오히려 90분 동안 전편보다 더 잔인하게 죽어나가는 인물들을 보며 시청각적 고통을 감내해야 하는 관객들에게 허탈감을 안겨주는 꼴이다.

공포영화광 앤디가 일갈하지 않았는가, "전편보다 나은 속편은 그리 많지 않다"고. 직쏘가 아무리 생명경시 풍조에 경종을 울리려는 말기 암환자인 살인마라 해도 시각적으로 재현되는 육체의 훼손을 즐기는 호러영화 팬들에게 [쏘우 2]는 역시 게임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전편의 아담의 절규가 고통스러웠던 것은 자신의 발목을 자르면서까지 가족을 지키고자 했던 그 인간적인 심리에 대한 공감 때문이었고, 그로 인해 암울한 결말의 충격이 배가됐던 것이다. 점점 더 자극적이고 현란해지는 우리 시대 대중 영화, 그중 호러영화가 독창적이기란 얼마나 힘이 드는가. 법칙은 깨지라고 있다지만 그 법칙을 깨기란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쏘우 2]는 다시 한번 입증하고 있다.

덧글

  • Annies 2006/02/25 21:04 # 답글

    실례지만 오타 지적입니다. 마지막 문단에서.... "공포영화광 앤디가 일갈...."
    에서 앤디->랜디 입니다. 혹여 기분나쁘시진 않으셨을지....죄송합니다;
  • Annies 2006/02/25 21:06 # 답글

    음....실례지만 혹시 나중에 트랙백을 해도 될까요? 나름 쏘우시리즈의 팬이기도 해서....여러가지 분석이라든지에 있어서 이 글을 참고하고 싶습니다.
  • woody79 2006/02/26 22:25 # 답글

    Annies님/ 그렇네요... 전혀 발견하지 못한 오타에요... 지적 감사합니다. 그리고 트랙백하셔도 물론 상관없구요.
  • 딸기뿡이 2006/03/11 03:17 # 답글

    쏘우3은 보지않아도 될듯 합니다:)
    전작의 반전덕분에 쏘우2를 기대했는데 정말 억지스웠다는..
    그래도 이해해주려했는데 다시 또 3편이라니요..
    쏘우 너무하다는 말외에는 나오질 않네요.
  • woody79 2006/03/11 19:59 # 답글

    딸기뿡이님/ 3편 나오면 글쎄요, 전 또 볼거 같긴 해요... 일을 계속하다 보면..ㅋㄷ 근데 기대는 되지 않는군요...
  • 2006/03/13 14:16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06/03/13 21:22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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