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윙걸즈>, 음악과 성장영화의 행복한 만남


“그저 한줄 한줄 뜯었을 뿐인데 1000회 되데요.” 故 김광석이 1000회 라이브 공연 때 했던 멘트를 빌려오자면 <스윙걸즈>의 소녀들은 이렇게 말할 것이다. “한숨 한숨 불었을 뿐인데 연주회에 서게 되데요.” 그렇다. 이 언니들, 처음부터 재즈를 좋아하지도, 그렇다고 재즈에 목숨을 건 연주자 지망생들도 아니다. 우연히 연주의 ‘진맛’을 깨닫고 제멋에 겨워 스윙의 리듬에 몸을 맡기는 초짜들이다. 야구치 시노부 감독은 재즈에 눈을 떠가는 소녀들을 통해 청춘의 활력과 꿈꾸는 자만이 느낄 수 있는 쾌감을 선사한다.

‘농촌 소녀들, 스윙재즈를 만나다’라는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을 조합을 시치미 떼고 진심으로 그려내는 야구치 시노부 감독은 전작 <워터 보이즈>에서 남자고교 싱크로나이즈드 스위밍 팀의 좌충우돌 공연기를 유머러스하게 그려낸바 있다. <스윙걸즈> 또한 우연과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소녀와 스윙의 조합을 그려낸다는 점에서 마치 속편처럼 보일 정도다. 야구치 시노부가 재즈를 연주하는 여고생들에 관한 기사를 신문에서 우연히 접하면서 시작됐다는 점에서 이 우연에서 비롯된 열정이라는 요소는 영화의 핵심 동력이다. 합주부를 식중독에 빠뜨려 악기를 손에 들게 되는 발단이나 악기를 구입하게 되는 과정, 연주회에 나가는 결말까지 이 우연에서 비롯된 무모한 열정들은 시노부 감독이 정의하는 순수한 청춘들의 전유물이다. 재즈를 그토록 좋아하지만 연주하지 못하는 타다히코 선생(다케나카 타오토)의 모습은 그런면에서 좋은 대비가 되어준다. “영화를 보며 어깨를 들썩이며 악기를 연주해 보고 싶은 생각이 들게 하고 싶었다”는 감독의 의도처럼 <스윙걸즈>는 청춘의 열정을 상기시키는 성장 영화로 보기에 충분하다.

영화의 빼놓을 수 없는 매력은 바로 스윙 재즈의 경쾌함에 있다. 특히 마니아들의 음악으로 인식되기 쉬운 재즈를 농촌 여고생들에게 연주하게 하는 감독의 재치는 이 기묘한 조합을 친근함으로 풀어내는 탁월함으로 형상화된다. 신호등의 신호음이나 탁구 경기의 리듬 등 생활에서 재즈의 리듬을 캐치해내는 장면이나 개천을 사이에 두고 토모코(우에노 쥬리)와 다쿠오가 색스폰과 건반을 연습하는 장면은 이를 대변한다. 창가에 휴지를 대고 불거나 페트병을 부는 등 폐활량을 늘이기 위한 훈련은 웃음을 주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그러한 디테일들이 뭉쳐 이후 연주회가 무산된 걸 알았음에도 자발적으로 연주를 하는 클라이맥스는 뭉클한 감동까지 주는 힘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스윙걸즈>가 아마추어의 음악 영화로서 매력을 갖는 것은 실제 초보였음에도 3개월이라는 트레이닝을 거쳐 직접 연주에 나선 배우들의 노력이 영화 곳곳에 묻어나오기 때문이다. 특히 라스트의 연주회 장면은 대중 영화가 줄 수 있는 최상의 편집으로 콘서트 장에 간 듯한 착각을 일으킬 만큼 강력한 울림을 통해 관객을 음악에 빠져들게끔 한다.

이러한 성장과 음악이라는 키워드는 시노부 감독 특유의 유머와 적절하게 녹아있다는 것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웰컴 투 동막골>을 연상시키는 멧돼지 사냥(?) 신이나 식중독에 걸린 합주부원들의 괴로움, 그리고 노래방이나 마트 앞에서 소녀들이 재즈를 연습하는 과정들은 기발한 발상과 만화 일러스트와 같은 호흡의 편집으로 강력한 웃음을 유발한다. 시종일관 <스윙걸즈>가 유쾌한 웃음을 전달해 주는 것은 정색하지 않는 감독 특유의 유머가 여고생들의 엉뚱함에 자연스럽게 묻어나오기 때문이다.

최근 <나나> <린다린다린다> <박치기> 등 음악을 소재로 한 일본 영화가 줄줄이 개봉되고 있다. 그중 가장 먼저 완성된 <스윙걸즈>는 대중 영화의 미덕들을 모두 갖추고 있는 가장 유쾌한 영화다.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인물과 대상간의 만남을 만화적 감수성으로 승화시켰던 야구치 시노부 감독의 전작들 중에서도 단연 독보적인 작품이다.
by woody79 | 2006/03/29 12:30 | review | 트랙백(1)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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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혼돈의 세상에 떠도는 .. at 2006/03/29 12:37

제목 : 영화관가서 한번 더보구싶어~
&lt;스윙걸즈&gt;, 음악과 성장영화의 행복한 만남 ...more

Commented by Run192Km at 2006/03/29 12:49
린다린다린다가 보고 싶어집니다^^
배두나가 노래를 부르는 영상을 보고나니 꼭 보고 싶어지더라는^^
Commented by woody79 at 2006/03/30 14:46
Run192Km님/ 개인적 취향이지만 린다린다린다가 훨씬 더 마음을 울리더군요...
꼭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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