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녀, 미스터리라더니 호러잖아? review



<극락도 살인사건>도 처녀귀신이 나와 간담을 서늘하게 하더니 <궁녀>는 한 술 더 뜬다. 고문신은 왠만한 하드고어를 능가하고(한국 영화 기준으로), 촘촘한 추리극을 쌓으려는 제스추어만 보여주더니 완벽한 '전설의 고향'으로 마무리 짓는 센스라니. 궁중을 배경으로 금기와 욕망에 관한 서사를 펼쳐내던 '스릴러판 장금이'가 인물들의 과거가 밝혀지는 플래쉬백이 끼어드는 순간 아이를 낳은 어미의 사모곡임이 밝혀지면서 출몰하는 긴 머리 귀신은 왠말이더냐. 쉼 없이 달려가던 플롯은 숨이 찰 정도라 지루하고, 조연들의 분량 또한 기계적으로 배분한 것 처럼 보여 따분할 정도다. 그러니까 아버지의 법에 포획당한 아들의 플래쉬백에 이은 피비로 깔끔하게 마무리 했던 <혈의 누>가 갑작스레 걸작으로 부상한다고 할까. 더욱이 궁녀들의 억압적 상황을 근원적으로 성찰하기 보다 '여인천하'류로 마무리 한 점은 두고두고 아쉽다. <궁녀>는 좀 더 질렀더라면 혹은 좀 더 정제됐더라면 좋지 않았을까란 생각이 간절하게 드는, 계절을 잘못 찾은  호러물이다. 굉장히 열심인게 눈에 띄는 박진희를 비롯해 임정은, 윤세아의 연기는 보기 좋을 뿐만 아니라 앙상블도 나쁘지 않다. 그렇지만 한 명만 꼽으라면 단연 감찰상궁 역의 김성령. 올 해의 조연상 감이다. 그리고 박진희의 제자 역으로 나와 깜찍하게 입담배를 피워대던 그 아역도 극의 여유를 주는 유일한 존재다.

덧글

  • 미코야옹 2007/10/04 13:28 # 답글

    빨리 보고싶네요.. 재밌을것 같오.. +_+
  • woody79 2007/10/05 01:23 # 답글

    미코야옹님/ 관점을 달리하면 잼날지도 몰라요. 특히 전설의 고향 부분은.
  • 2007/10/05 06:54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woody79 2007/10/05 20:44 # 답글

    비공개님/ 반갑습니다. 정말 조용하게 신고를...^^ 자주 뵐게요.
  • ArborDay 2007/10/10 14:34 # 답글

    재미있겠는데. 흐흐흐.
  • woody79 2007/10/10 21:56 # 답글

    ArborDay님/ 글로 보면 흥미로운데, 완성된 영화는 어딘지 삐걱대는게 문제에요.
  • *_* 2007/10/21 08:48 # 삭제 답글

    일 다 저질로 놓고 귀신이 모든걸 해결해주는.ㅋㅋ
  • woody79 2007/10/24 01:52 # 답글

    *_* 님/ 근데 그게 궁녀의 흥행 비결인거 같아요...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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