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군 훈련 chat



1. 드디어 6년 차의 기나긴 늪에서 빠져나왔다. 행복하다. 군대 일찍 같다와서 좋은 건 요것 밖에 없나보다.

2. 비가 와서 동네 한바퀴 도는 행군을 패스했다. 그래서 소대장이란 사람이 앉혀놓고 이런저런 잡담을 하더라. <워 워 솔져스>가 가장 감명 깊은 전쟁영화라느니, 군복을 입으면 예비군도 군인이니 본분을 지켜야 한다니느, 그래도 남북의 평화무드니까 평소에는 그럴 필요가 없다느니.

그러니까 예비군 훈련을 가서 느끼는 건 진심으로 귀찮아 죽을 것 같다, 왜 군복만 입으면 자세나 뇌 구조가 바뀔까, 왜 군복만 입으면 이다지도 추울까, 왜 군복만 입으면 여자들이 예뻐보일까, 동네 소대장들은 직업이 정말 소대장일까, 이 따위 것들도 있지만 뇌리를 떠나지 않는 건 우리나라가 휴전국가구나 하는 생각이다. 항상 틀어대는 정신교육 영상에서 나오는 주적 개념은 10년 전에 비하면 순화됐지만 어쨌건 예비군이 필요한 건 북의 남침을 대비한 것이라지 않나. 대학 때부터 줄기차게 주장했던 국방비 감축이 결국 사민주의와 복지국가로 가는 지름길이란 건 자명하지만 정상회담을 두 번해도 별반 달라지지 않는 현실이라니.

누구라도 다 인정하는 것이야 말로 칼빈 총 한번 쏘는 것에 의의를 두는 예비군 훈련인데, 나만 이제 끝난다고 좋아해야 하려나.

3. 정신교육 동안 희미한 불빛 아래에서 오쿠다 히데오의 <남쪽으로 튀어> 1권의 절반을 읽어버렸다. 은희경의 <새의 선물>이 떠오르는데 주인공이 남자 초딩에다 시골이 아닌 도쿄에 사는 전공투 후 세대를 부모로 둔 초등학교 6학년의 이야기다.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은희경의 섬세한 필치와 심리묘사와는 또 다른 시니컬하지만 초딩스러운 세계관으로 바라 본 현재 일본. 생일 선물로 받은지 한 달이 넘은 책인데 이번주 안에 끝내야 겠다.

덧글

  • dcdc 2007/10/26 11:16 # 답글

    1번, 축하드립니다 :)
  • slip 2007/10/26 13:14 # 답글

    작년에 5년차 끝나고 예비군 끝인줄 알았는데 올해 또 오길레 제길슨 했었습니다.^^; . 그리고 동네 소대장이 전역한 양반들중 교관역이나 상근 데리고 근무하는사람들을 말하는 거라면 아마도 그게 직업이 맞을겁니다. 예비군 훈련때 그중 한분에게 들은 이야기인데 대위(아마도) 이상으로 전역한 사람들중 시험을 통해서 소대장(?)직을 맡는다고 하더군요.
  • 신어지 2007/10/27 20:04 # 삭제 답글

    와, 위 워 솔져스를 보고 감명을 받을 수도 있군요.
    소대장님이 직업 군인이셨나봐요.
  • woody79 2007/11/04 00:11 # 답글

    dcdc님/ 무엇보다 1번이죠.

    slip님/ 그럼 그것처럼 땡보가 없는 건가요/

    신어지님/ 전 그 영화 안 봐서요. 요즘은 그럼 전쟁영화복 전혀 감흥도 오지 않을뿐더러 선택조차 안해서요.
  • young026 2008/04/05 18:13 # 답글

    예비군소대장은 직업은 아니고, 다만 그거 맡으면 푼돈이지만 수당이 좀 나오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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