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끝난 아이들아, 토닥거려 줄게 re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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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후에 우린 뭐가 되어 있을까?” “10년 뒤면 30살? 그럼 난 아줌마네?” “서른이라, 서른? 상상도 안 간다, 야.”


수능을 마치고 이제 막 스무 살이 된 민재(윤계상)와 수진(김민정)이 나누는 대사가 낯설지 않다. 누구나 한 번쯤 상상해봤을 스무 살의 로망 혹은 불안. 그건 <말죽거리 잔혹사>의 이소룡 세대가 성룡 세대로 넘어가던 1979년이건 <발레교습소>의 아이들이 동네 문화센터에서 발레를 배우는 2004년이건 상관없다.


늦은 새벽 케이블 채널을 돌리다 재회한 <발레교습소>. 2004년 개봉했으니 스물여섯이었나? 대학 졸업이 얼마 남지 않았던 그 때, 대학 입학을 앞두고 설레던 스무 살의 감정을 되살렸던 기억이 떠오른다. 이제 서른 즈음, 20대를 정리해야 하는 지금 민재와 수진, 그리고 발레교습소를 드나드는 그들을 더 보듬어 안고 싶어진다. 


사실 <발레교습소>는 변영주 감독이 아이들에게 세상에 나오기 전에 눈을 더 넓혀 봐야하지 않겠냐는 애정 어린 인생 선배의 충고와도 같다. 동네를 살펴봐라, IMF 때 남편이 자살을 기도해 아이들까지 잃어버린 요구르트 아줌마도 있고, 날라리 같던 친구 기태(김동욱)는 교통사고로 죽은 아버지를 대신해 암 투병 중인 동생의 약값을 대야하고, 성정체성 때문에 고민하는 게이도 있단다. 친구들도 천차만별이지 않니? 집에서 탈출하기 위해 제주도로 가고 싶은 수진, 엄마가 돌아가시고 억압적인 여객기 조종사 아버지 밑에서 꿈이 뭔지도 모르는 민재 너 자신, 모호한 성정체성과 낮은 성적 때문에 아버지에게 핍박받는 성격 좋은 동완(이준기), 백댄서 되기가 쉽지 않은 가난한 ‘노가다’ 인생 창섭(온주완)이 까지.


다큐멘터리 <낮은 목소리> 시리즈로 위안부 할머니들을 보듬어 안았던 66년생 변영주 감독은 소외받은 여성에 이어 우리의 10대에게 눈을 돌린 셈. “나머진 하면서 알면 되잖아! 이제 겨우 스무살인데”라는 민재의 대사처럼 백지 같은 상태라 더아름다운 그들에게 힘을 내라고, 그래도 세상은 함께 살아가는 거라고 등을 다독이는 왕언니의 시선이 정겹다.


첫 섹스의 머뭇거림, 부모와의 좁혀지지 않는 거리, 대학 입학을 위한 눈치작전, 부모 없는 아이들의 버거움 등 어쨌건 현실과의 거리를 좁히지 않지만 영화적인 상승효과를 위한 장치가 바로 발레다. 이제는 고답적이고 꼰대들이나 보는 예술로 전락(?)해 버린 발레를 배우는 이 아이들에게 섹슈얼리티와 세대를 뛰어넘어 한데 뒹굴수 있도록 마련해 놓은 영화적인 장치. 이게 발레인지 재즈 댄스인지 힙합인지 모르겠지만 어쨌건 무대에 오른 아이들과 아저씨, 아줌마가 함께 즐거워하면 전부 아닌가. 올바른 방향성을 가지고 함께 연대하며 살아가기. 대학이란 서열에 진입하기 직전 친구라는 이름으로 평등할 수 있는 바로 그 때.


어쨌건 120분 동안 그저 평범한 민재와 보이시한 반장 수진을 따라잡다 보면 너와 나의 그 시절 혹은 현재가 보일 것이다. 영화에 빠져있었건, 이성에, 술에 빠져있었건 그건 중요치 않다. 혹 논술에, 영어에, 그도 아니면 재수를 준비중이더라고 너무 힘들어하지 말기를. 민재, 수진과 같은 스무 살이라면 앞으로 알아 가는 그 무엇이 더 중요한 법이고, 이미 아저씨, 아줌마가 되었다면 세상에 투항한 꼰대가 되지 말고 더불어 사는 법을 실천하면 되는 법.


이제 08학번이 될 아이들도, 대학을 가지 않고 세상에 뛰어들 아이들도 <발레교습소>의 토닥거림은 유효하다. 영화적인 건 ‘그럼 그렇지’하고 넘기더라도, 어깨한번 피고 세상과 주변을 돌아볼 눈을 크게 한 번 떠 보지 않겠니? 10대가 끝났다는 건 취업 준비생이 되는 진입로가 아니라는 걸, 더불어 함께 재미있게 사는 방법을 고민하는 게 더 가치 있지 않겠냐는 다소 낭만적인 권유. 이 무시무시한 대한민국이란 나라에서 스무 살 그때가 아니면 언제 낭만을 찾겠는가. 그래, 너희들은 그래도 돼! 나머진 하면서 알면 되는 거니까. 


덧글

  • 2007/11/20 15:43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woody79 2007/11/21 18:37 # 답글

    비공개님/ 아, 이런 큰 실수를.. 헉스헉스. 기억력 감퇴인가봐요, 다른 영화도 아닌 낮은 목소리를...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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