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엔 형제에게 경배를, 제80회 아카데미상 review



'오, 형제여 여기 있는가?' 코엔 형제가 드디어 오스카 작품상과 감독상 트로피를 접수했습니다. 1984년 저예산 스릴러 <블러드 심플>로 데뷔한 이래 무려 24년만 이군요.  
 
24일(현지 시각) 미국 LA 코닥극장에서 존 스튜어트의 사회로 열린 제80회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조엘, 에단 코엔 형제의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가 작품상, 감독상, 각색상, 남우조연상(하비에르 바르뎀>등 4개 부문을 수상했습니다. <주노> <데어 윌 비 블러드> <라비앙 로즈> 등 주요 작품들에게 골고루 분배된 경향 속에 4개 트로피를 가져가며 최다 수상작이 됐습니다. 미작가조합의 파업으로 개최조차가 불투명했던 것 치고는 성공적이라 할 수 있죠. 역시 관록은 무섭습니다. 우리 시상식이 죽었다 깨어나도 배울 수 없는 부분이 아닌가 싶습니다.
 
어쨌건 지난해 5전 6기 끝에 아카데미를 제패했던 마틴 스콜세지에 이은 거장 달래기의 일환으로 보입니다. 이들 형제 감독은 일찌감치 미국 독립영화계의 신성으로 주목을 받았고, 1991년 <바톤핑크>로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서프라이즈'하게 거머쥔 바 있죠. 하지만 아카데미에서는 1996년 <파고>로 각본상과 조엘의 아내인 프란시스 맥도먼드가 여우주연상을 받는데 그쳤습니다. <오, 형제는 어디있는가?>나 <그 남자는 거기 없었다> 같은 작품으로 간간이 노미네이트만 됐지만 그야말로 푸대접이었죠.  아무래도 감동드라마를 선호하는 아카데미 회원들의 입맛에 스릴러나 코미디 같은 장르 영화로 승부하는 코엔 형제가 탐탁치 않았겠죠.
 
물론 아카데미위원회 회원들이 지독히도 무시했던 마틴 스콜세지보다는 두 사람이 아직 훨씬 젊어요. <파고> 이후 다시한번 살인과 관련된 차갑고 비정한 세계관을 펼쳐낸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가 12번째 작품인 만큼 왕성한 활동을 해나가길 바랍니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와 작품상을 놓고 경합을 벌였던 <데어 윌 비 블러드>는 남우주연상과 촬영상을 가져갔습니다. 각종 비평가상을 두 작품이 양분했던 것이 사실이지만 아직 젊고 유능한, <매그놀리아>의 폴 토마스 앤더슨은 이후를 기약해야겠습니다. 하지만 광부에서 석유재벌로 성장하는 한 남자의 일대기를 호연으로 펼쳐 보인 다니엘 데이 루이스는 1990년 62회 이후 두 번째 오스카 트로피를 챙겼습니다.
 
여우주연상은 <라비 앙 로즈>에서 에디뜨 피아프의 삶을 완벽히 재현했다는 평을 들었던 프랑스 여배우 마리온 코티아르, 여우조연상은 정치 스릴러 <마이클 클레이튼>에서 조지 클루니와 연기대결을 펼쳤던 영국 출신 틸다 스윈튼이 수상했어요. 특이하게도 영국 출신인 틸다 스윈튼은 제쳐두더라도, 프랑스와 스페인 출신인 마리온 코티아르와 하비에르 바르뎀의 수상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들이 들리네요. 뭐, 자국 배우들을 외면했다고들 하는데 영국출신 배우들과의 경계는 이미 사라진지 오래 아니던가요?
 
전반적인 나눠주기 속에 10대 임산부 이야기를 그린 <주노>의 재기발랄한 각본가 디아블로 코디는 각본상을 챙기면서 신데렐라 탄생을 알렸어요. <본 얼티메이텀>은 편집과 음향상 3개 부문을 모두 싹쓸이 하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변신 로봇이 활약하는 <트랜스포머>가 아카데미 회원들 취향은 아니었나 봅니다. 역시 폴 그린그래스의 현란한 액션 신을 뒷받침해 주는 건 편집의 힘이었단 생각도 들고요. <스위니토드>는 미술상을, <골든에이지>는 의상상을, <황금나침반>은 시각효과상을 받아 고개가 끄덕일 만큼 순탄한 결과를 보여줬습니다.
 
한국 관객들이 환호할 만한 소식 하나는 <원스>의 ‘Falling Slowly’가 주제가상을 받았다는 것. 바로 유투브에 글렌 한사드와 마르게타의 축하무대 영상이 올라올 것 같네요. 그리고 역시나 비평과 흥행, 두 마리 토끼를 잡았던 <라따뚜이>가 최고의 장편애니메이션으로 꼽혔습니다. 

뭐, 아카데미의 보수적 성향이 약해지는 거 아니냐는 기사들이 나오던데, 제가 보기에는 딱이던걸요. 이보다 더 적절할 수 없다. 제가 보기에는 순번이 정해져가는 거 같아요. 몰아줄 만하게 흥행성과 화제성, 작품성을 겸비한 것 처럼 보이는 <타이타닉> 같은 영화가 나오지 않는 한 이런 경향은 계속되겠지요.  
 
지난해 마틴 스콜세지와 마찬가지로 적절한 안배 속에 무시했던 거장의 속을 들어준 제80회 아카데미 시상식.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데어 윌 비 블러드> <어톤먼트> <주노> 등 주요 수상작품들이 모두 개봉했거나 개봉 대기 중이니 취향에 맞는 좋은 외화 한편 골라 이번 주말을 즐겨 보시길.

*제80회 아카데미 수상작(자) 리스트

-작품상: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감독상: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코엔 형제
-남우주연상: <데어 윌 비 블러드> 다니엘 데이루이스
-여우주연상: <라비앙 로즈> 마리온 코티아르)
-남우조연상: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하비에르 바르뎀
-여우조연상: <마이클 클레이튼> 틸다 스윈튼
-각본상: <주노> 디아블로 코디
-각색상: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코엔 형제
-촬영상: <데어 윌 비 블러드> 로버트 엘스위트
-편집상: <본 얼티메이텀> 크리스토퍼 라우즈
-미술상: <스위니 토드>
-의상상: <골든 에이지> 알렌산드라 바이런
-음악상: <어톤먼트> 다리오 마리아넬리
-주제가상: <원스> ‘Falling Slowly’
-분장상: <라비앙 로즈> 디디에르 라베르니외 1명
-음향상: <본 얼티메이텀> 스코트 밀런 외 2명
-음향편집상: <본 얼티메이텀> 퍼 할버그 외 1명
-시각효과상: <황금나침반> 마이클 핑크 외 2명
-외국어영화상: <카운터피터스> 오스트리아
-다큐멘터리 작품상: <Taxi to the Dark Side>
-애니메이션 작품상 : <라따뚜이>
-단편영화상: <Le Mozart des pickpockets>
-단편 애니메이션상: <Peter & the Wol>f
-단편 다큐멘터리상: <Freeheld>
-공로상: 로버트 보일

덧글

  • 로엣 2008/02/26 10:49 # 답글

    저도 코엔 형제의 잔치였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 woody79 2008/02/27 23:22 # 답글

    로엣님/ 이제 그들이 나이를 먹은거죠, 독립영화신과 선댄스 키드들이...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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