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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기봉은 액션영화의 장인이자 명장면 제조기다. 그는 꽉 짜인 편집의 리듬감과 유려한 카메라 워크로 거친 남성들의 세계를 다각도로 조명하고 있다. 두기봉이란 이름을 세계에 알린 <미션>부터 위가휘 감독과 협업한 최신 개봉작 <매드 디텍티브>까지 총 8편의 결정적 장면들을 꼽아봤다.
액션의 종합선물세트 <암전> 1999 | 각본 유내해 | 출연 유덕화, 유청운 두기봉표 순수 오락영화 <암전>은 약간은 색다른 버디무비다. 아버지의 명예 회복에 나선 주인공 루(유덕화)와 ‘네고시에이터’ 아랑(유청운)이 묘한 우정을 쌓아나간다는 설정이나, 도심 고층빌딩 옥상에서 두 주인공이 마주하는 장면 등에서 <무간도>의 선배임을 분명히 한다. 누구보다 호흡 긴 액션 시퀀스에 강한 두기봉 감독은 <암전>에서도 역시 장기를 발휘한다. 루의 지략에 넘어간 아랑이 악당들의 본거지에 잠입했다 탈출하는 15분여의 긴 시퀀스가 바로 그런 경우. 적지 않은 시간 동안 두 인물의 두뇌 싸움에 충실하면서도 아슬아슬한 긴장감을 잃지 않는다. 느릿한 카 체이스 신과 총격신까지 곁들여져 액션 연출의 종합선물세트라 부를 만하다. 회상 장면과 저, 고속 촬영을 자유자재로 사용한 오프닝 시퀀스에서도 스타일리스트 두기봉의 감각을 엿볼 수 있다.
사소한 시작, 거대한 결말
감탄할 만한 원 숏 롱테이크 <대사건> 2004 | 각본 엽천성, 진경가 | 출연 임현제, 진혜림, 장가휘, 임설 2004 부산국제영화제에 소개된 <대사건>은 명장면은 단연 오프닝 시퀀스다. 허름한 빌딩으로 둘러싸인 홍콩의 어느 도심을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5분 여의 원 숏 롱테이크는 시작부터 관객을 압도하기에 충분해 보인다. 단지 촬영 기법이나 미학적인 측면을 얘기하는 것이 아니다. 앞으로 펼쳐질 시가전을 비롯한 액션신에 대한 자신만만한 선언문이자, 범죄자들과 경찰들이 드라마틱하게 엮이는 이야기 구조를 간결하게 정리하고 있다. 건물에 갇힌 주인공 원(임현제) 일당이 식사를 준비하는 여유로움과 미디어를 이용하는 경찰 수뇌부를 비아냥거리는 대비도 이전 두기봉의 영화에서 볼 수 없는 사회 비판적인 요소다. 더불어 미니버스 안에서 벌어지는 클라이맥스의 인질극은 액션 장인으로서 두기봉의 능력을 입증하고 있다.
낭만을 거세한 비정함 <흑사회> 2005 | 각본 엽천성, 유내해 | 임달화, 장가휘, 고천락, 안지걸, 양가휘 홍콩 삼합회의 실상을 낱낱이 파헤치는 <흑사회> 연작은 두기봉 최고의 걸작이다. 그중 1편은 ‘Election’이란 영어 제목에 걸맞게 임기 2년의 조직 보스를 뽑는 선거 기간의 내부 암투를 그린다. 침착한 성격의 빅디(임달화)와 록(양가휘), 두 중간 보스는 각자 다른 방식의 로비와 협박을 통해 수장의 자리에 다가서지만 결국 선택은 비정한 조직의 몫이다. 두기봉은 리더의 선출에 있어 홍콩의 역사보다 더 오래된 삼합회를 조명하면서 오우삼식의 낭만을 완전히 거세해버린 것은 물론, 정치 시스템에 대한 거대한 은유로 그 의미를 확장시켰다. 화합을 맹세한 직후 빅디가 록을 아들이 보는 앞에서 손수 죽이는 결말은 폭력 조직의 비열함, 그리고 인간 내면의 악에 대한 고찰로까지 나아간 결정적 장면이다. 그러나 <흑사회>가 보여주는 절정의 현실감과 비장미는 영화 전편을 명장면이라 착각하게 할 만큼 절대적이다.
백주의 무시무시한 살인 <흑사회 2> 2006 | 각본 엽천성, 유내해 | 고천락, 임달화, 장가휘, 임설, 임가동 두기봉은 연이어 만든 <흑사회 2>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영화의 오프닝, 의미심장한 흑백 사진과 내레이션을 통해 흑사회가 청나라 시절의 조직 ‘홍수전’과 맞닿아 있음을 분명히 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록을 제치고 회장의 자리에 오르는 지미(고천락)가 불법 복제 사업으로 중국 공안과 연결되어 있다는 설정을 통해 중국 경찰과 홍콩 삼합회의 결탁을 정면으로 다루고 있다. 두기봉의 리드미컬한 편집 감각과 장쾌함은 여전하다. 록의 아들을 쫓던 지미가 도심에서 무참히 살해당하는 장면은 대낮이란 시간과 풀 숏과 근접, 고속 촬영의 절묘한 조합을 보여준다. 이후 조직 원로들과 회의를 갖은 지미가 직후 공안 간부와 갈등을 빚는 결말은 이 암흑의 커넥션이 쉽사리 끝내지 않으리라는 걸 암시하고 있다.
고속 촬영은 바로 이런 것 <익사일> 2006 | 각본 엽천성 | 출연 황추생, 오진우, 장요량, 임설, 장가휘, 임달화 <익사일>은 그야말로 명장면 퍼레이드다. <흑사회> 연작과 함께 3부작으로 소개된 <익사일>은 그러나 <미션>에서 구현한 다섯 남자의 로망을 극대화시킨 속편과도 같다. 역전의 용사들이 다시 뭉쳐 마지막 ‘한 탕’을 도모하지만 예정된 실패로 다다르는 비극성을 강조했다. 두기봉은 드라마를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대규모 액션 시퀀스를 연거푸 배치했다. 우선 황추생과 오진우, 장가휘가 삼각 대형으로 마치 검을 쓰듯 총을 쓰는 초반부, 그리고 찰나의 순간에 모두 다 죽어버리는 극한의 총격신이 벌어지는 클라이맥스는 감탄할 만한 명장면이다. 무엇보다 총상 치료를 위해 찾은 아파트, 그 좁은 공간에서 커튼을 사이에 두고 벌이는 총격신은 무협영화를 연상시킬 정도의 현란함과 동시에 마치 ‘고속 촬영은 이런 것이다’라는 걸 과시하고 있는 듯 보인다.
오손 웰스에게 경배를 <매드 디텍티브> 2007 | 각본 위가휘, 구건아 | 출연 유청운, 안지걸, 임가동 결정적인 장면보다 시각적인 아이디어가 우선 눈에 띄는 영화다. <매드 디텍티브>는 인간의 내면에 자리한 서로 다른 인격을 각기 다른 배우가 연기했다는 것만으로 신선하게 다가온다. 몇몇 장면은 음향효과를 강조하는 안이한 호러영화보다 훨씬 무섭다. 시종일관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하는 심리 스릴러 영화의 결정적 장면은 마지막 거울 방 시퀀스다. 10여 분 넘게 진행되는 이 장면은 두기봉 감독이 존경해 마지않는다고 밝힌 오손 웰스의 <상하이에서 온 여인>을 연상시킨다(정작 두기봉과 위가휘는 그 영화를 아직 보지 못했다고 한다). 깨진 거울 사이사이로 7명의 서로 다른 인격이 비춰질 때의 개성 있는 촬영과 정갈한 호흡은 역시 거울 방이 등장하는 이소룡의 <용쟁호투>를 단숨에 뛰어넘어 버린다. 이 글과 관련있는 글을 자동검색한 결과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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