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로들이여, 부디 열정을 회복하시라! culture



우 기자와 반절의 FILM2.0 식구들이 마감이란 폭탄을 맞고 심신의 폐허에서 간신히 원기를 회복하고 있을 그 즈음, 휴가 중이던 하 기자는 금요일 저녁 인파로 넘쳐나는 강남역 골목을 헤매고 있었다. 생각지도 않았던 소개팅 자리, 생면부지의 동갑내기 직장인 여성과 주선자도 없이 강남역 8번 출구 앞에서 핸드폰으로 접선한 순간이었다. “아, 안녕하세요. 하 기자입니다. 저녁 안 드셨죠? 뭘 드시겠어요. 어디 아는 데 있으세요. 아, 거기 좋죠.” 씩씩하게 제 갈 길을 가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 사이로 어색하게 걷는 두 남녀.

그러는 동안 바로 옆에서 걷고 있는 낯선 이 여성과 끊임없이 대화를 이어가기 위해 뇌를 유영하는 생각들, 생각들. 하필 정해놓은 레스토랑에 손님이 넘쳤다. 가까스로 다른 음식점에 자리를 잡은 뒤 이어지는 어색한 대화, 또 대화. “대학은 무슨 과를 전공하셨어요? 소개팅은 여러 번 하셨어요? 아, 주선자랑은 무슨 사이세요? 술은 잘 하시나요? 주말에는 뭐하고 시간 보내세요?” 아, 마치 이미 써놓은 문장을 기사에 붙여넣기 하듯 술술 이어지는 질문들, 그리고 상대방을 의식한 듯 오고가는 어색한 미소들. 소개팅의 미학은 낯선 이를 만난다는 설렘일지 모르지만, 언제, 어디서나 적응이 쉽지 않은 시간임이 분명하다. 그렇다. 그날 내가 소개팅과 참 어울리지 않는 사람임을 깨달았다고 고백하는 바이다.

생각해보면 나이에 비해 소개팅 한 횟수는 그리 많지 않다. 다섯 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을 정도니 평균이하라고 할 수 있으려나. 그중에서 기억에 남는 건 대학 졸업 직전 소개팅을 했던 건설회사 외동따님이었다. 취미는 없고 그저 집에서 어머님과 소일하는 것이 전부라는 그는 유치원을 차리면 자격증이 필요해 뒤늦은 나이에 유아교육학과를 다니고 있었다. 일찍 결혼한 고작 나보다 한 살 위의 오빠는 아버지의 회사에서 후계자 수업을 받고 있다고 했고, 그 또한 2년 정도 남은 학업을 끝마치면 바로 자신의 유치원을 열 계획이라고도 했다. 와우, 훗날 남들은 왜 잡지 않았느냐며 농담처럼 타박을 했지만, 돌이켜보면 그 숨이 탁탁 막히는 2시간은 세상에 처음으로 발을 내딛던 입사 면접과 맞먹는 순간이었더랬다. 집에 갑작스런 일이 생겼다며 거짓말을 둘러댄 적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차를 마시고 그와 헤어진 뒤 압구정까지 터벅터벅 걸으며 최근 재미를 붙인 드라마 <연애결혼>의 주인공 이강현(김민희)이 생각났다. 영화 <좋은 사람 소개시켜줘>와 드라마 <궁>을 쓴 인은아 작가의 이야기는 그리 깊이 있지는 않지만 문득문득 곱씹어볼 순간과 대사를 제공하고 있었다. 설정은 이렇다. 재혼 전문 커플매니저 이강현과 이혼 전문 변호사이자 이혼남 박현수(김지훈)가 만나 사랑을 키워간다는 기본 얼개는 약간 특이한 설정의 스크루볼 코미디다. 두 사람은 9회가 끝난 지금 예의 그 로맨틱 코미디의 수순대로 서로의 단점이 장점임을 깨닫게 되고, 몰랐던 상처를 보듬으면서 사랑에 빠지는 중이다. 하지만 솔직히 앞으로 두 사람이 펼칠 애정의 미로와 사각관계에는 관심이 없다.

그보다는 한쪽은 한 번 결혼에 실패한 남녀를 또 다른 인연과 맺어주려 노력하고, 한쪽은 결혼에 실패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냉정하게 갈라놓는다는 이 아이러니한 설정. 이강현은 죽어라 상대방의 장점과 행복했던 순간을 복기시키려 노력하고, 박현수는 냉정한 법의 잣대와 냉철한 논리로 파경을 맞은 커플의 마지막 순간을 완성시킨다. 당연히 이강현은 생면부지의 사람들 속에서도 사랑은 꽃 핀다는 긍정을 설파한다. 그 속에서 재산이나 지위, 학벌과 같은 소위 ‘스펙’은 중요치 않다는 주의다.(그러나 이강현의 전 애인은 사법고시를 패스한 연하의 꽃미남이고, 박현수는 말할 나위 없이…)

이 지독하리만치 순진한 세계관이라니. 넋을 놓고 본다면, 어찌 좋지 아니하겠는가. 그러나 흥미로운 것은 몇 회씩 배경 이야기로 나누어 등장하는 이강현의 의뢰인들이다. 2번이나 이혼한 도도한 여자가 소탈한 한 중년 남자와 눈이 맞아 한순간에 자취를 감춘다거나, 신혼 때까지 예술가 남편의 무능력까지 사랑하던 부인이 먼저 이혼을 신청한다든지, 500억 현금왕의 냉정함이 결국 처절한 외로움에서 비롯된 아픔이었다는 등의 사연들, 사연들.

무엇보다 압권은 외로움에 치를 떨던 500억 현금왕이 ‘순수저돌형’인 이강현의 커플 맺기 노력에 감복해 내뱉는 대사였다. “너같이 열정적인 사람들이 세상을 바꿔나가는 거라고.” 드라마 속 세상은 달콤하기 그지없지만 어찌 됐건 현실에서도 그 열정은 내버릴 수 없는 가치 중 하나 아니겠는가. 일에서도, 사랑에서도, 결혼에서도 처음의 그 열정을 잃지 않게끔, 유지하고, 간직하고, 또 자기 나름대로 가꿔 나가는 것만큼 중요한 일이 또 어디 있겠는가. 소개팅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처음부터 상대방에 대해 적극적으로 탐색하지 않고, 매뉴얼대로 읊고 행동하기에만 급급하다면, 그건 시간 낭비일 뿐일 테니.

아, 그래서 그 소개팅은 어떻게 됐냐고? <광식이 동생 광태>의 ‘광식’ 김주혁이 읊은 심금을 울리는 대사로 대답을 대신하련다. “인연으로 맺어질 사람이 있으면 절대자가 무슨 신호를 보내줬으면 좋겠어.” 맞다. 신께서 운명의 그, 그녀를 만나는 순간 벨을 울려주시지 않기 때문에 오늘도 세상의 수백, 수천, 수만 명의 사람들이 낯선 이와의 접선을 감행하고 있는 것 아니겠는가. 그러니 세상의 모든 솔로, 싱글들아. 부디 처음의 열정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그 열정을 제대로만 발휘한다면 솔로 탈출의 날은 바로 당신, 아니 우리의 것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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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sesism 2008/10/06 15:28 # 답글

    그래서 스프링쿨러가 터졌다거나 비상벨이 울렸다거나 그런 일은 없으셨던 거지요? 처음의 열정을 잊지 말기로 해요. (하지만 싱글도 싱글만의 좋은 점이 정말 많지 않나요! '-')
  • woody79 2008/10/06 16:55 #

    비상벨은 안 울리고, 강남역 뒷골목만 다를 거 없이 시끄러웠지요...ㅋ 싱글의 좋은 점을 저는 너무 많이 누려서 연애 DNA가 죽은 거 같아요...ㅠㅠ
  • 2008/10/06 18:19 # 삭제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woody79 2008/10/06 18:23 #

    넵. 수정했답니다.
  • 아우라 2008/10/06 22:00 # 답글

    <위기의 주부들>에서도 그런 비슷한 대사가 나오는데요. 벨이 울린다고...
    저는 그런 인연이 될분을 만나면 그 여자분 뒤에 후광이 비추던데..^^

    소개팅이라도 들어올때가 행복한것임을 뒤늦게 깨닫지 마시길...ㅜ.ㅜ
  • 이승연 2008/10/07 21:23 # 삭제 답글

    흠....... 낯선 사람이 차라리 쉬울수도 있겠네요.....ㅠ
  • 흐음.. 2008/10/07 21:57 # 삭제 답글

    제목과는 좀 동떨어진 내용이 많은 글이군요..
  • 소개팅 2008/10/08 01:10 # 삭제 답글

    소개팅이란거 언제들어와??? 나 대학생인데..
  • ^^ 2008/10/08 01:32 # 삭제 답글

    글 잘 읽었습니다,
    참,, 재밋게 잘 쓰셨네요 ㅎ
  • 유성식 2008/10/08 08:21 # 삭제 답글

    잼있게 공감하면서 읽었어요..
    근데요...... 글이 어려워서 중간에는 다 못읽고 첫문에 예랑 끝문에 마무리만
    봤다는...
    소개팅이라던지 이런 낯선일이 쉬우면 아무래도 재미가 없을것같아요..
    어려운맛도 있고 어색한맛도 있어서 나중에 같이 익혀가는 그런게 뭐 잼있을것같다는....하하하 아침나절에 주저림 죄송합니다^^;;;;;;;;;;
  • 안나 2008/10/08 08:57 # 삭제 답글

    아- 잼있네요^^
    지금 한참 열정을 내야되는 시기는 맞는데,
    쉬운건 아닌거 같아요ㅋ
    그래두 오늘도 힘냅시다~아자아자!!ㅋㅋ
  • nickys86 2008/10/08 10:34 # 삭제 답글

    음.. 이 댓글내에서 인연을 찾아보는것도..
  • 민기 2008/10/08 14:14 # 삭제 답글

    중간..영화글은 제목과는 잘안맞군요..;;

    뭐 꼭 마춰서 쓰라는 법은 없지만..;;

    결론은 뭔가요..별로 힘안나는데.OTL
  • 2008/11/12 19:36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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