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 지극히 사랑스러웠던 은하를 다시 떠올리다 review




지난주 얼굴을 화끈거리게 만든 ‘문자’ 한 통을 받았다. ‘하 기자님, 우리 은하 소식 전해주실 생각 없으신가요’ 은하가 누구였지? 스팸문자인가 싶어 이름을 확인하니 윤성호 감독이었다. 아, <은하해방전선>의 그 은하! 알고 보니 일종의 직무유기와도 같은 일을 저질러버렸던 것이었던 것이었다. 자초지종은 이렇다. 10월 초에 <은하해방전선>의 DVD가 출시됐는데, FILM2.0을 비롯해 영화전문지라고 하는 매체에서 한 군데도 다루지 않았다고 한다. 여타 상업영화들에 비해 주목을 받지 못하는 독립영화라고 홀대한 것처럼 비춰지기에 충분해 보이는 사건이 아니었을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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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해방전선>이 그렇게 대단한 영화냐고 묻는다면 지극히 개인적인 대답은 예스다. 지난해 11월 개봉한 이 영화는 독립영화계에서 재기발랄한 단편으로 주목받던 윤성호 감독의 데뷔작이었다. 초짜 감독 영재가 영화 만들기의 과도한 스트레스로 인해 실어증에 걸린 상황을 수다와 반골기질로 버무려낸 연애영화가 바로 <은하해방전선>이다. 개인적으로 우디 앨런의 수다를 한국어로 번안한 듯한 십자포화와도 같은 구강 액션, 영화제와 영화 만들기를 배경으로 삼은 메타영화 방식, 중간중간 삽입된 영재와 애인 은하와의 관계를 통해 ‘소통’과 ‘연애’에 대해 논하는 방식이 신선하기 그지없었다. 무엇보다 무거움에 대한 강박을 털어버린 젊고 건강한 ‘독립영화’라는 점에서 후한 점수를 주고 싶은 사랑스러운 작품이었다.

그래서 늦었지만 부랴부랴 윤성호 감독을 만나보았다. 부산영화제에서 술 한 잔 못 했던 아쉬움을 달래려던 욕심은 DVD 출시 소식을 전하지 못한 이유로 핑계가 되어버렸지만. 영화 개봉에 맞춰 인터뷰를 했던 것이 벌써 1년여 전이요, 그 후 이런저런 자리에서 마주치며 안면을 터왔더랬다. <은하해방전선>을 본 관객이라면 고개를 끄덕거릴 수 있을 만큼, 어떠한 인터뷰보다 열정적이고 수다스러웠다는 것이 인터뷰 당시의 기억이었다. 오랜만에 마주 앉은 윤성호 감독은 변치 않고 유쾌 바이러스를 상대방에게 감염시키고 있었다.

EBS <시네마천국>의 리포터로 활약하고 있으니, 그러한 바이러스는 더 멀리 퍼져나가는 중이리라. 차기 영화의 시나리오 작업이 궁금해졌다. 돌아온 대답은 의외였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중견 감독의 시나리오 작업에 참여했었노라고, 그래서 자신의 시나리오는 여전히 구상 중이라고. 영화계 대선배와의 작업은 영화에 대한 또 다른 시각을 개안해줬다고도 했다. 좀 더 폭넓은 관객들과 소통할 수 있는 방식에 대한 고민은 영화감독이라면 누구라도 하고 있을 테지만, 윤성호 감독은 지금 재기발랄함과 사회에 대한 날카로운 시선을 풀어낼 수 있는 방법론에 대해 좀 더 깊이 고민하고 있는 듯 보였다.

좀 더 재미있던 이야기는 <은하해방전선>에 관한 것이었다. 1년 전과 달리 지금의 윤성호 감독의 관심사는 부글부글 끓고 있는 인간의 욕망이라며, 지금 만들어졌으면 영화 속 은하와 영재의 관계가 달라지지 않았을까 하는 뒷얘기를 들려줬다. 일종의 연애담으로 읽기에 충분한 <은하해방전선>에서, 영재의 소통 부재는 커뮤니케이션의 어긋남에서 비롯된 것으로 비춰진다. 하지만 지금의 윤성호 감독은 커뮤니케이션의 문제보다는 각기 다른 인간 자체의 욕망이 부딪치는 모습에 더 관심이 간다고 했다. 만약 좀 더 속물적이고 즉물적인 영화감독 영재가 영화제에서 투자를 받기 위해 아부를 떨고, 은하와의 육체적 관계에 좀 더 신경을 쓰는 모습은 상상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니까 재기발랄한 젊은 감각으로 똘똘 뭉친 홍상수식 인간관계를 그린 영화는 어떤 꼴일까 하는 궁금증이 일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차기작의 아이템을 다시 물었다. 1급 보안 사항이라 이 블로그 지면에 실을 수는 없지만, 한 가지는 보장할 수 있겠다. 장편 데뷔작만큼이나 신선하면서 날이 서 있고, 또 욕망덩어리인 평범한 인간의 내면이 좀 더 보편적으로 드러날 수 있는 그런 영화가 될 것만 같았다. 그리하여 이 젊은 감독이 좀 더 부지런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우리 영화판이 좀 더 여유롭고 다양한 기운으로 충만해져야 한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야지만 윤성호와 같은 젊은 감독들이 차곡차곡 새로운 영화를 쉽사리 만들 수 있을 테니. 영화가 완성된다면 기꺼이 충성스러운 관객의 한 사람이 되겠다고 맹세하는 바이다. 수다쟁이 윤성호 감독님, 그러니 좀 더 분발해주시라.

덧글

  • 사오시안트 2008/11/09 17:25 # 답글

    이거 디비디 언제 나오나 궁금했는데...소리소문 없이 나왔네요;

    개봉할 당시 군대에 있느라 못봐서 한탄했던 작품인데...디비디 사 봐야겠습니다.
  • woody79 2008/11/10 14:38 #

    글게요, 홍보가 잘 안됐더라고요.
  • Arti 2008/11/10 02:06 # 삭제 답글

    오늘 중앙시네마 인디스페이스에 갔더니 은하해방전선 DVD 가격이 18000원이더군요...3만원에 신DVD(은하해방전선은 여기 포함) 1개 + 구DVD 1개 패키지 판매도 하고...근데 구DVD 중에 끌리는게 없었다는.....살까 말까 망설이는 중......인터넷에서는 18700원이네요...
  • woody79 2008/11/10 14:38 #

    한 장 사시지 그러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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