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일발 풍년빌라', 끔찍하고도 깜찍한 드라마 출현! review




그러니까 <위기일발 풍년빌라>가 공중파에서 편성을 ‘팽’당한 건 오롯이 작품의 운명일지 모른다. 재미있는 건 tvn의 오리지널 드라마로 편성을 받은 이 주목받아야 할 드라마가 어쩌면 현 지상파 드라마의 제작, 편성 현실을 고스란히 반영하는 바로미터가 되어줄 지 모른다는 것. 200% 사견을 전제로 하자면, 한국 드라마 지형도의 지평을 넓혀 주고도 남을 이 작품이 케이블에 편성된 것을 개인적으로 개탄하고 있음을 밝히고자 한다.    


4회를 보자. “우리 모두는 죄 많은 자식입니다. 그 수많은 우리의 죄를 사하고자 머지 않아 주님께서 죄지은 우리를 심판하고자 재림하실 것 입니다.귀 있으면 들을 지어다, 이제 심판의 날이 가까워졌도다.” 각본을 쓴 장항준 감독은 몸소 신부로 목소리 출연을 감행해 이러한 심판에 가까운 대사를 날린다(공동 각본가는 <그 해 여름>을 쓴 김은희 작가다). 그러니까 주인공인 복규 아버지의 죽음, 아니 살인으로 시작한 이 코미디는 회가 지날수록 금괴를 둘러싼 으스스하고 수상한 미스터리 인간군상극으로 돌변할 것을 예고하고 있다. 산장에서 빌라로 확장된 <조용한 가족>의 ‘스멜’이랄까?

납치와 폭력을 일삼는 해결사와 그의 아내, 괴기스러운 뚱뚱보 반장 아줌마, 대포차를 취급하는 덜떨어진 형제, 인자해 보이지만 비밀스러운 노부부 등등 이 빌라엔 무언가 수상한 구석이 한 둘이 아니다(이 인물들을 연기한 이들은 백윤식, 문희경, 고수희, 정경호, 최주봉 등 연기파들이 총출동 했다). 주인공인 오복규 아버지의 유산이었던 3천만 원짜리 빌라. 이 빌라가 가치가 엄청나게 상승하는 가운데, 복규 아버지를 죽인 이들과 오복규, 그리고 그 유산을 차지하기 위해 암투를 벌일 각 캐릭터들의 격전이 아마도 <위기일발 풍년빌라>의 주된 내용이 될 것 같다.


그런데 이 빌라를 둘러싸고 벌써 살인이 두 건이요, 의도하지 않은 방화, 폭력, 납치 등등이 발생했다. 이제 고작 4회인데. 아마도 장항준 작가의 바람대로라면 이 빌라의 인간들을 통해 현대인들의 탐욕과 욕망을 부조리하게 파헤치고도 남을 것 같다(그리고 이 드라마의 연출은 일단 베스트 극장판 <오션스 일레븐>이라 불렸던 <가리봉 오션스 일레븐>의 조현탁 PD가 맡았다).


코미디 분위기로 출발한 요 드라마는 일단 신하균과 이보영을 보는 재미만으로도 넉넉하게 4회 분을 채워왔다. 어수룩한 단역배우 오복규에게 디자이너로 신분을 위장한 텐프로 에이스 윤서린(근데 아마도 이 친구는 더 많은 과거와 동기를 감추고 있는 걸로 보인다)이 접근하는 과정은 또 왠만한 로맨틱 코미디 못지 않은 재미를 부여해주고 있다(그런데 분위기는 가히 <달콤 살벌한 연인 수준>이다). 게다가 신하균은 사람 좋은 얼굴을 하다 문득문득 <지구를 지켜라>에서 보여준 엉뚱함을 내비추고 있고, 이보영은 근래 들어 가장 매력적이고 개성 있는 인물을 연기하고 있다(솔직히 청순가련이나 모범생 분위기가 폴폴 났던 이보영은 지금까지 관심밖 배우였다고 고백하는 바이다). 여기에 <지구를 지켜라>의 두 콤비 신하균과 백윤식이 마치 영화와 역전된 인물관계를 보여주는 것도 쏠쏠한 재미를 안겨준다. 그리고 <친절한 금자씨>의 마녀를 뛰어넘는 고수희의 음산함도 요 드라마의 앞날을 기대케 해 준다.


그런데 아쉬운 건 완전 사전 제작된 이 드라마가 공중파에서 밀린 채 케이블 채널인 tvN에서 방영된다는 사실이다. 이보영이 최근 출연하고 있는 <부자의 탄생>에 버금가는 스타 캐스팅이것만 소재가 세고, 또 극 초반의 콘셉트가 모호하다는 이유(뭐, 대략 그런 이유가 아니겠는가. 이 반대의 이유로 tvN측은 영화를 능가하는 완성도 있는 오리지널 드라마라고 홍보를 하고는 있지만 말이다)로 고작 첫 주 시청률 1%를 넘긴 것으로 만족해야 하는 케이블로 편성이 밀리다니, 이런 오호통제라. 땅 속으로 사람 좀 파묻으면 어떤가, 중년 아줌마가 늦바람이 좀 나면 어떤가, 여고생 딸년이 싸가지 좀 없으면 어떤가. 까놓고 드라마에서 살인을 비롯한 인간들의 탐욕을 살짝 비꼬아서 보여주면 좀 어떤가 말이다. 캐막장 드라마가 득세하는 이 마당에. 매회 고혈압 환자였다면 여럿 저 세상으로 보냈을 <아내의 유혹>같은 드라마가 버젓이 매일 저녁 안방에서 상영되는 이 나라에서. 서두에 밝힌 것 처럼 이것이 바로 <위기일발 풍년빌라>와 같이 비관습적이고 말랑말랑한 캐릭터와 소재를 탑재한 개념 드라마의 운명이리라.

이미 65분 16부로 기획된 사전 제작된 드라마가 45분 20부로 바뀌면서 생긴 폐해가 편집상에서 드러나기 시작했다. 3부 오프닝에서 이보영이 날라리 여고딩들을 흠씬 패 주던 장면을 늘려 보여준다든지, 백윤식이 신하균을 파묻을 것 같았던 장면이 중반부에 배치된다든지(그러니까 공중파였다면 한 회의 엔딩이여야 마땅한), 한 회에 두 주인공의 비슷한 데이트 장면이 겹쳐진다든지 하는 편집들이 아마도 제작진을 가슴 아프게 했을 것 같다.


그러거나 말거나 달달하면서도 시큼한 둘의 관계가 진전되는 것만으로도 <위기일발 풍년빌라>는 극이 몰입도를 높여가고 있으니, 주인공들은 모르고 우리만 아는(아니 아직 다 알지는 못하지만)시한폭탄을 장착한 것 같은 전개가 보는 본인으로서야 만족 또 만족일 따름이다. 게다가 장항준 감독 특유의 허허실실 능청을 떠는 코미디가 신하균의 다소 과장된 연기와 120% 싱크로율을 보여주면서, 공중파 드라마에서는 전혀 보지 못한 성질의 ‘괴작’ 탄생 예감이다. 언제나 좀 더 다른 캐릭터, 다른 연기를 추구하는 하균이 형의 선택에 다시 한번 응원을 보내는 바이다!

ps. 신하균, 백윤식에 대한 응원이야 변함없는 것이지만, 무시무시한 고수희를 브라운관에서 만나는 재미 또한 쏠쏠하다. 그리고 4회까지 시큼, 달달한 분위기를 연출하는데 한 몫을 하고 있는 전형적인 미인 이보영 또한 평소와 다르게 정이 팍팍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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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Feelin 2010/03/14 00:29 # 답글

    이렇게 화려한 출연진인데 어째서 케이블 드라마인지;;;;;;;
  • woody79 2010/03/14 13:43 #

    드라마를 보면 이해는 되죠. 말랑말랑하거나 어르신들이 좋아할만한 코미디는 아니거든요.
  • 시스 2010/03/14 06:01 # 답글

    저도 집에 티비를 달아서 조금씩이나마 보고 있는데 재미있더군요^^
  • 2010/03/14 17:05 # 삭제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woody79 2010/03/14 18:28 #

    당신. 아는여자라 함은? ㅋㅋㅋㅋㅋ가 많은 걸로 봐서 당신이군. 살아있어? 연락도 없고--;
  • 모조 2010/03/14 18:19 # 답글

    아하 그게 장항준감독님 목소리였군요!
    저도 신하균 + 백윤식 조합(지구를 지켜라ㅎㅎ)이 매우 끌려서 보고 있는데 재미가 쏠쏠하군요. 모든 캐릭터들이 흥미진진해요. 어떻게 이 미스테리들이 풀려나갈까 매우 궁금합니다. 계속 챙겨볼것같아요!
  • woody79 2010/03/14 22:10 #

    네. sbs에서 방송하시잖아요?ㅋ
  • kmdigit 2010/03/14 20:01 # 답글

    아흐.. 이거 꼭 챙겨봐요. 너무 재미있어요.
    신하균의 약삽빠른 행동하며 표정연기도 일품이고, 백윤식 아저씨의 카리스마도 그렇고,
    딸도 귀엽고.. 훗.. 아무쪼록 3대 공중파중 하나에 탔다면 대박났을텐데..
  • woody79 2010/03/14 22:12 #

    대박은 힘들었겠죠, 아마ㅎ 전 65분으로 편집하면 또 어떻게 달라졌을까가 궁금해요.
  • 추노대길 2010/03/19 17:53 # 삭제 답글

    ^^진짜 재미있게 보고 있습니다. 공중파에서 하는 시트콤 명함도 못내밈!! 지루함도 없구 갈수록 흥미진진..1회부터 봣는데 정말 작가님 최고! 탄탄한 작품구성 짱 ! 감독님도 최고! 눈을 못떼고 보구있어요!! 정말 공중파에서 방송했으면 대박났을것 같은데..아쉬워요! 팽 당했다니...충격... 수출하면 안돼나??ㅋ 케이블이지만 tvN에서 제법 재미난 프로 많이 하던데 아무쪼록 공주파방송 못지않은 인지도로 무궁한 발전 있길 바래요! tvN화이팅!!
  • 오환민 2010/03/24 15:13 # 삭제 답글

    풍년빌라를 프로듀서한 오환민PD라고 합니다
    검색하다가 여기까지 왔네요
    잼있게 봐주신다니 너무 감사합니다
    사랑해주시는 여러분들이 계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끝까지 재미있게 봐주세요
  • woody79 2010/03/24 15:18 #

    네, 무지 잘 보고 있는데, 화제가 되지 않아 무지 슬퍼하고 있답니다. 조만간 또 포스팅 하려고 하니 들러주세요. 참, 고생이 많으셨습니다^^ 끝까지 팬으로 남겠습니다.
  • funkytonky 2010/04/17 01:31 # 삭제 답글

    스토리며 여러가지로 군더더기 없구 정말 잘만들었어요 .아마도 공중파서 했으면 추노까진 못가도 20%대는 유지 했을 듯 싶네요.일본애들이 좋아 할만한 드라마라고 보여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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