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11/10 오매불망 기다리던 <나의 친구, 그의 아내> 예고편 [1]
2008/09/11 <반 두비>의 스탭들, 부디 행복하시라! [2] 2007/11/26 관객에게 <방문자>를 허하라! [3] 2006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우연찮게 만나 놀라움을 안겨주었던 <나의 친구, 그의 아내>가 드디어 27일 개봉한다. 우여곡절이야 어찌됐건 스크린에서 만나게 된 것을 감사하며. 종잡을 수 없는, 이 변태기질 다분한 예고편에 푹 빠져보시라. 그리고 27일 모두 극장으로 고고싱!
4년 전 전라남도 보성의 어느 촬영장. 최지우와 조한선은 환하게 웃고 있었다. 하지만 난 알아버렸다. 영화 촬영 현장 취재가 얼마나 재미없는 일인지를. 한 컷 한 컷 카메라 위치를 달리해야 하고, 그놈의 조명은 어찌나 섬세함을 요하는 작업이며, 동시녹음 때문에 숨소리도 제대로 내지 못하는, 영화 촬영은 그야말로 기다림과의 지난한 대결이라는 것을 난 진작 알아차렸다. 눈부신 풍광의 호수를 배경 삼아 최지우와 조한선이 삼겹살을 구워 먹던 행복한 한때가 다 스크린 속에서만 아름답고 빛난다는 사실을. 게다가 스탭들에게 있어 기자들은 원활한 촬영을 방해하는 눈엣가시 같은 존재라는 것을 슬프게도 난 첫 경험에서 알아채 버렸다는 이야기다.
마감을 끝낸 8월의 어느 금요일 새벽에 찾은 신동일 감독의 <반두비> 촬영 현장은 여느 상업영화와 비교한다면 규모는 조촐하지만 열정은 조촐하지 않았다. 영화가 잉태되던 시기, 초고부터 몇 번이나 시나리오를 모니터한 첫 번째 작품이요,(심지어는 남의 작품 모니터링 한답시고 무시무시한 코멘트를 A4 3장에 걸쳐 날리는 만행도 서슴지 않았다.) 9월 말로 예정된 크랭크업 전까지 보조 출연을 예약해놓았으며,(설마 안마시술소 손님 역은 아니겠지?) 엔딩 크레딧 ‘Thanks to’ 명단에 이름이 올라가기를 학수고대하고 있는(설마 철석같은 약속을 잊은 건 아니시겠죠? 감독님?) 영화가 바로 <반두비>이기 때문이리라.
신동일 감독과의 인연은 200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신 감독은 장편 데뷔작 <방문자>를 1년 전 부산영화제에 출품한 뒤 우여곡절 끝에 개봉을 앞둔 시기였고, 부산에서 신 감독의 두 번째 작품 <나의 친구, 그의 아내>를 흥미롭게 본 난 당연히 인터뷰를 신청했다. 지적 허영심 가득 찬 영화 지식인과 병역 거부로 감방에 가야 햐는 여호와의 증인 청년의 심성 고운 교류기. <방문자>에서 감지되는 좌파 ‘필’에 여지없이 반한 상태인지라 인터뷰는 열띠게 진행됐었다. 그로부터 1년 뒤, 어느 술자리에서 우연히 만난 ‘트리플 A형’ 신동일 감독과 ‘A형의 탈을 쓴 O형’ 하 기자는 서로의 소심함과 반골 기질에 놀라며 띠동갑을 넘어선 형제애를 과시하는 사이가 됐던 것이었다. 신 감독의 세 번째 장편 <반두비>는 한 문장으로 요약하자면 당돌하고 깜찍한 ‘좌파’ 여고딩 민서(상큼 발랄한 신인 백진희)가 이주노동자 카림과 짧지만 강렬한 우정을 나눈다는 범상치 않은 내용이다. 이날 촬영 또한 주유소에서 아르바이트 중인 민서가 느끼한 사장 아들(<저수지에서 건진 치타>의 양해훈 감독이 못 봐줄 지경의 느끼한 의상을 자랑하며 특별 출연 했다)에게 기름을 퍼붓는 통쾌한 장면이다. 사실 외관상 그리 힘든 장면은 아닌 듯 보였다. 민서가 가불을 요청하는 장면, 아들의 외제차를 보고 못마땅해하는 민서의 뒷모습, 그리고 깐죽거리던 아들에게 기름을 퍼붓는 장면이라 긴장감도 덜해 보였다. 하지만 어디 스탭들도 그러할까. 계속되는 테스트 촬영과 대사 톤이 맞지 않아 주유소 내부 촬영이 늘어진다. 유일하게 방긋거리는 이는 좀처럼 OK 사인을 내지 않는 신 감독뿐. 독립영화계 후배인 양해훈 감독의 변신이 만족스러운가 보다. 설상가상으로 빗줄기가 흩뿌린다. 그런데 웬걸. 굵지 않은 빗방울을 신경 쓰는 이는 아무도 없다. 다들 우비도 마다한 채 모니터에 비닐을 씌우고 카메라를 재정비하면서 묵묵하게 맡은 분야만 열심일 뿐. 특히나 무심한 표정으로 주유소 구석구석을 누비는 김일권 프로듀서는 독립영화판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 8년 전 단편 <신성가족>부터 신동일 감독 전작을 가위질한 문인대 편집기사는 이날 불참했지만, <코르셋> 시절 연출부와 촬영부로 만나 HD 독립 장편의 감독과 촬영감독으로 재회한 박종철 촬영감독 등 스탭들의 얼굴은 유여와 긴장이 교차한다. 역시나 독립영화 현장이란. 새벽 6시, 동이 터오는 현장을 뒤로하고 버스에 오르자 폴란드의 거장 키에슬로프스키의 말이 떠올랐다. “영화를 만든다는 것은 관객을 동원하고 영화제에 나가고 비평이 실리고 인터뷰를 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매일 아침 6시에 일어나는 것을 뜻하며, 혹독한 추위와 눈비, 진흙탕과 무거운 조명기를 의미한다.” 그래서다. 강도 높은 노동과 밤샘 작업을 감내하며 사랑하는 영화작업에 몰두하는 스탭들이 더 행복했으면 좋겠다. 특히나 저예산과 빠듯한 일정에 쫓기는 독립영화 식구들은 더더욱. 그들이 흘린 땀과 그들이 꽃피운 웃음을 <반두비>가 고스란히 담아냈으면 좋겠다. 더불어 그러한 마음이 관객들에게 전달됐으면 좋겠다. 스탭들의 땀 냄새를 옆에서 맡고 돌아온 객쩍은 영화기자가 해줄 수 있는 일은 이렇게 글을 쓰는 일뿐이다.
DC 폐인들이 인공호흡한 <방문자>, DVD 출시로 살아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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